불투영한 미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삶이란게 재미있는 거란 말은 미안하지만 별로 와닿지 않는다.
재미는 개뿔. 힘들어 죽겠다.
그렇지만 미래가 투명하다면 그건 정말 무서울것 같긴 하다.
인생이란 주로 불행하고 가끔 행복한거라고 했으니까.
아마도 미래는 생각하는것 보다 훨씬 비참할 테니까.
절대로절대로 미리부터 알고 일찌감치 절망하고 싶지 않다.
그저 그때그때 이게 최선이라고 믿으며, 조금 더 행복하려 애쓰면서 살아내야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시키는대로만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정해진 것에만 집중하고,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나는 그것을 잘 해낼 수 있고,

칭찬과 인정과 신뢰를 얻을 수 있기때문에.

말하자면 안전빵이란 소리다.

하지만 이젠 그에 따르는 맹점도 잘 알고 있다.

시키는것만 하다보면 언제부턴가는 그 누구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게 된다.

나 스스로 조차도.

그래서 요즘의 나는 싸우고있다.

아무도 밟고 지나가지않은 하얀 눈밭을 무서워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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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으로 부터든, (특히)나 스스로에게든 “왜?”라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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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편없음이 드러날까 두려워질 때 일수록 더 솔직할 것.

오늘부터 봄.

입을 옷이라곤 없다고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도,

세일한다는 백화점에도 가보고 인터넷도 뒤져봐도 영 뭔가 사기가 어렵다.

'작년 이맘 때 난 대체 뭘 입고 다녔지?' 그러다 생각난 '그 옷 어딨지..' 하면서

냉장고 위에 쌓아놓은 옷박스를 뒤져본다.

작년 늦가을 묵은 공기를 머금은 익숙하지만 낯설은 옷들을 한무더기 발견.

"에엣-취!"

조금은 눅눅한 그 공기가 코 끝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된다.

오늘부터 봄.

generaldoctor:

잉여의 힘을 믿으며, 또 한 걸음 (Taken with instagram)

generaldoctor:

잉여의 힘을 믿으며, 또 한 걸음 (Taken with instagram)

오늘 드디어 “퇴사하길 잘했어!” 라고 기쁘게 말할 수 있어 기쁘다.

위안삼으려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교 3학년때 수강했던 한문교수님의 말씀도 갑자기 떠올랐다.
난 전공과제를 핑계로 수업을 수도없이 빼먹었던데다, 아집이 그득해보이던 그 교수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유독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였다.

교수님은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서 미술을 전공하고자 했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여의치 않았고, 결국 지금은 한문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림에대한 관심은 끊은적이 없다고. 그리고 그런 관심들이 쌓이고 실력이되고 경력이 되어 현재 한문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동양화를 평론하고, 감별해내는 일도 하고있다는 이야기 였다.

오늘 그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 이유는 아마 내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기회는 결국 내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려 노력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내가 꿈꾸고 바래왔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않다는 것이 더 없이 기쁘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내 생애 첫 꽃무늬실크블나우스를 입던 날

오늘, 혹은 다음주 월요일? 입학식을 하는 대학들이 많을걸로 안다.
오늘 입학식에 마음 들떠있을 신입생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나까지 괜히 설렌다.

난 04학번이니까 벌써 8년전 일이다.
서울 본교에서 진행되는 입학식에 참석하기위해 엄마, 사촌언니와 함께 아침 일찍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탔었다.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애매한 기분으로. 막연한 기대와 한 편의 두려움이 함께 몰려와 긴장했고 상기되어 있었다.

그 날은 또 다른 의미로 역사적인 날이었다.
내가 꽃무늬실크블라우스를 처음 입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 난 옷입는데 꽤 자신이 없는 편이었다.
어렸을때는 여기저기서 물려받는 옷이 많아 내 옷을 내가 골라본 적이 거의 없었고, 조금 자란후에도 집안형편상 옷은 필요에 의해서만 지갑이 열리는 품목에 속했다. 그리고 옷은 깨끗하고 단정하게 입어 남들에게 불쾌함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아빠의 가치관에따른 집안 분위기도 한몫 했던 것 같다.
그런 분위기 속에 갓 성인이 혹은 숙녀가? 된 내게 엄마가 백화점에 데려가 골라준 옷이 바로 잔 꽃무늬에 소매끝과 둥근 카라끝에 자잘한 프릴이 잡힌 허리선이 잘록한 고급 실크 블라우스였다.
평소 내 (나름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추어보자면 절대 고를리 없었던 블라우스였다.

백화점에서 입어볼 때에도, 집에 돌아와 거울앞에서 이리저리 대보고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부끄럽고 남사스럽다 생각하는 동안에도 내심 난 아인지 어른인지 애매한 그 시기에 한발 어른에 가까워지고 싶었던 것 같다.

최종 그 날 나의 풀착장은
청바지, 꽃무늬블라우스, 분홍색데님자켓, 검정구두 였다.

촌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내게 부자연스러운 옷이었다.
난 하루종일 표정이 이상했던것 같다.
옷에 맞는 표정이라고하면 약간 주객이 전도된것 같지만
어른(같아보이고싶은) 옷을 입은 아이가 처음 맞딱트린 조금 커진 세상에서 지어야할 표정이 어떤건지 난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어느 글에선가 30대 여성이되어 좋은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긴다?알게된다?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30대가 내일모레쯤 되는 입장에서 보니 그 말이 공감이 되기도 하고, 얼굴도 많이 두꺼워졌고, 장소에 따라 분위기를 파악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입고 행동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내가 이젠 어른인가 싶기도 하다. 나이를 더 더 먹으면 난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쨋든 올해 12학번이 되는 모는 신입생들 축하! 화이팅!

이상한 마무리…

티켓팅 완료!

3월 4월은 풍부한 문화생활과 함께.

Designer

지난 4년여간의 직장생활에서 내가 마침내 얻어낸것은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 다자이너라는 직함이 찍힌 네모난 명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번도 내가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던것 같다.
하지만 나는 디자이너이다.
나는 내가 디자이너 인 것이 좋다.
디자이너로서의 (가장 흔히, 쉽게 생각하는)재능은 몰라도 자질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진짜 디자이너로서의 자질을 펼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싶다.

왜 내가 이것을 디자인 해야하는지(하고싶은지), 그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것이 무언인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디자인 되어지는 과정 자체로서의 디자인이 중요하다.
그 모든것이 내게 납득되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것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오늘도 고민만 하다 하루가 다 지나버렸다.